회고

19살에서 22살까지, 개발자로 보낸 3년

Mingi Choe 2026. 1. 18. 00:14

19살에 취업한 고등학생이, 어느덧 20살 중반인 23살이 되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가 아직 엇그제인 것만 같은데,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돌아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던 3년이었다. 나름대로 얻은 것들도 많았고, 동시에 아쉬운 점들도 적지 않았던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을 한번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기록으로 남겨두면 언젠가 나에게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번쯤 뒤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아마 시간 여건상 자주 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기록은 남겨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게 꼭 개발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다.

내 3년 요약..

 

19살, 자신만만했던 나

특성화고에 진학했던 덕분에 19살 그 시절부터 이미 2년 정도의 개발 경력이 있었다. 조금 애매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름의 경험이 쌓여 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 정도 개발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빠지게 되는 함정이 있다. "이제 뭐든 다 구현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 나 역시 그랬다. 학생회에서 기능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대회에서 수상한 경험도 있다 보니 그런 생각에 빠지기 쉬웠던 것 같다. 학교라는 작은 바운더리 안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고3 2학기쯤, 지금 다니고 있는 첫 직장에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 합류하고 나서 약 3개월은 실습 기간이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내가 자주쓰던 기술과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다른 기술 스택을 새로 학습해야 했는데, 나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그 3개월 동안은 꽤 몰입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러다가 한 번 크게 실수를 했던 적이 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떠오르는 기억인데, 메인 브랜치에 실수로 포스 푸시를 해서 일부 업데이트 내용을 날려버렸다. 당시를 기억해보면 첫 제품 단위의 실수였기에 당시 가슴이 엄청 빠르게 뛰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실제 제품에는 문제가 없을지, 별의별 고민이 다 스쳐 지나갔다. 결국 거의 새벽까지 기존 내용을 파악하고 깃에 대해 빠르게 파보면서 겨우 복구했다.

이때 당시 복구를 끝내고 나서도 잠이 오지 않았다. 어쩌다 이런 이슈를 낸 건지 계속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을지까지 생각이 이어졌고, 단순히 문제 해결에서 그치지 말고 회고와 다음 액션까지 PR로 남겨두자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동안 열심히 복구한 흔적...

 

이 내용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 다음 날 개발팀원 분들이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고와 다음 액션까지 남겨준 게 인상 깊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이 팀에 합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경험 이후로 조금 달라졌다. 내가 아직 모르고 있던 게 많았구나 싶기도 했고, 단순히 개발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조직 단위에서의 고민도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인 12월 1일에 정식적으로 팀에 합류할 수 있었는데, 당시 시간이 지나도 정직원에 대한 얘기가 없길래, 전환 안하는 건가 싶어 직접 여쭤봤었는데, "곧 말씀드릴려고 했는데 정직원으로 전환하기로 했어요" 라는 말을 듣고, 3개월동안 팀 경험이 좋았던 나로써는 기분이 정말 좋았었다.

 

 

20살, 경험주의

20살이 되면서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한 해를 보냈다. 개발뿐만 아니라 여행, 컨퍼런스, 회사 업무까지 가리지 않고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최대한 해보려고 했다.

회사에서는 1월부터 3월쯤, 계속된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스쿼드라는 조직으로 분리해서 진행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 안 됐고,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 커리어 고민도 많이 했고, 심적으로도 꽤 힘들었다. CTO, CPO 분들도 대부분 퇴사하셨고, 남는 개발자분들도 거의 없었다. 결국 나, 백엔드 개발자분 한 명, 대표님, 비즈니스팀 한 분 해서 총 4명만 계속 해보기로 했다.

당시 구조조정을 앞두고 남을 거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남겠다고 했다. 인플루언서라는 시장 자체가 앞으로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고, 서비스 트래픽 자체가 적었던 건 아니라서 시간만 벌면 수익화해서 다시 팀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솔직히 당시 멘탈로는 재취업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4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았고, 팀이 다시 10명, 20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당시 고민 후 보낸 메세지


4명으로 줄었을 때 분위기는 묘했다.


그래도 최대한 도움이 될 만한 걸 찾으려고 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갔다. 이후 나는 디자인과 개발 영역에서 기여하며 흑자 전환을 위해 노력했다. 디자인과 개발을 둘 다 할 수 있었던 건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양쪽을 다 해왔어서 익숙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매출이 늘어나면서 다시 채용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조직은 줄어들었지만 유지보수해야 하는 서비스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모노레포 전환이나 디자인 시스템 정리 같은 것들을 오히려 팀원이 적을 때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새로운 아키텍처나 구조를 혼자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됐다.

재밌었던 건, 이런 고민들을 안고 FEConf나 Infcon 같은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여했는데, 다른 팀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위안이 됐고, 동시에 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 인프콘



회사 밖에서도 여러 경험을 해봤다. 이 해에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갔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어떤 앱에서 숙소를 예약했는데, 숙소 비밀번호가 메일로 오지 않았다. 당일날 숙소에 도착해서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앱에 전화를 해봤는데 평일 늦은 저녁이라 아무도 받지 않았다. 결국 다른 숙소를 찾아 걸어 다니면서 새로 예약해야 했다. 나중에 환불은 받았지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이 일이 기억에 남는 건 단순히 불편해서가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고객이 문제를 겪었을 때 대응이 안 되면 어떤 기분일까. 우리 서비스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고 있을까. 여행 중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좋았던 오사카 여행


21살, 실행과 시도

21살은 여러 가지를 시도해본 해였다. 20살에 구조조정을 겪고 4명으로 다시 시작했던 팀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회사 일 외에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기도 했고, 팀이 다시 성장하면서 새로운 경험들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건 사이드 프로젝트로 '왓타'라는 서버시간 서비스를 만들었다. 회사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 스택이나 아키텍처를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당시 친구 세 명이서 만들었고, 나는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전부 해보면서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을 마음껏 실험해봤다.

재밌었던 건 트위터에서 바이럴을 태우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이다. 처음 릴리즈했을 때 SEO나 여러 요소들을 잡았음에도, 이미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 상태에서 도달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서 에브리타임 수강신청 시즌에 맞춰서 바이럴을 태우거나, 메이저리그 티켓팅을 직접 우리 서비스로 해보고 성공 후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런 시도들 덕분에 작게나마 바이럴을 타기도 했고, MAU 3만까지 찍었을 때는 솔직히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내가 만든 서비스가 퍼지는 걸 지켜본 경험이었다.

 

실제 바이럴을 위해 운영했던 X

 

약 1년 정도 운영하다가, 다시 회사 업무에 몰입하고 싶다는 생각과 약간의 불화로 인해 결국 중단하게 됐다. 이후에 다시 만나서 회고했을 때 모두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이때 배운 SEO 최적화나 아키텍처, 바이럴 요소들을 회사 제품에 녹여보기도 했고, 그래서 계속 기억에 남는다.

대충 행복했다는 짤...


그리고 개인 프로젝트 말고도 조직 관점에서 꽤 큰 시도들이 있었다.

회사에서는 '매니저'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빠르게 실험해보기 위해 최소 단위 스펙으로 병렬 개발을 진행했고, PM, BE,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서 약 3~4주 만에 MVP를 런칭했다.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하는 B2C 서비스였는데,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해서 2025년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크게 늘어나 팀 내 핵심 BM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초기 매출 자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이기도 했지만, 프로덕트가 시장에서 반응을 얻고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디자인과 프론트엔드 개발 양쪽에서 100% 기여하면서, 서비스 하나가 만들어지고 커가는 전체 과정에 깊이 관여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성장 과정 자체도 기억에 남는다. 초기 MVP 출시 이후 실제 고객의 불편함이 해소되는 걸 보면서 가능성을 느꼈다. 성장이 처음부터 빠르지는 않았지만, 크리에이터 사이에서의 자연스러운 바이럴과 고객 인터뷰를 통해 제품을 깎아나가면서 조금씩 커갔다. 그 과정이 정말 재밌었는데, 점점 내가 만든 제품이 쓰레드나 X에서 얘기될 때 기분이 꽤 좋았다. 반대로 아쉬웠던 점은 당시 모든 팀이 이런 경험을 한 건 아니라서, 이 성과가 팀 내부에 더 퍼져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제품 바이럴

 


그리고 이렇게 매출이 성장하면서 팀 문화도 많이 자리 잡았다. 처음으로 워케이션을 가보기도 했는데, 일만 하다가 팀원들과 함께 다른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니까,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되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같이 일하는 사이를 넘어서 신뢰가 쌓이는 경험이었다. 특히 이때를 기점으로 커피챗이나 여러가지 조직 문화를 위한 실행들이 많이 일어났는데, 내가 부족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이 되어서 이런 부분을 많이 고민하게 됐다.


이 문화들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팀원 분이 팀 블로그에 작성해준 게 있어서 한번 남겨본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봐주시길! 관련 글 보러가기

워케이션에서 배 멀미..

 

그리고 개발팀 내에서 문서화하고 공유하는 습관도 생기기 시작했다. 'GEEKS'라는 이름으로 내부에서 개발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4명에서 다시 팀이 커지면서, 예전에는 혼자 고민하던 것들을 같이 나눌 수 있게 됐다.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고 책임져야 했던 시기를 지나고 나니, 함께 논의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느꼈다.

22살,  임팩트 그리고 몰입의 해

22살은 가장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기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 돌아보면 가장 많이 성장했고, 동시에 가장 많이 흔들렸던 시기였던 것 같다.

가장 큰 작업은 Vue에서 React로의 마이그레이션이었다. 꽤 큰 공사였다. 단순히 코드만 옮기는 게 아니라, 기존에 쌓여 있던 레거시도 정리하면서 진행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대충 감을 잡았지만, 문제는 하다 보니까 스펙이 계속 늘어났다는 거다. 레거시를 건드리다 보니 처음 산정할 때 못 잡았던 것들이 계속 튀어나왔다.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게 느껴졌다.

중요한 건 달리는 기차에서 바퀴를 갈아 끼운 작업이었다는 거다. 서비스가 운영 중인 상태에서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해야 했다. 그래서 모든 화면을 한 번에 다 바꾸는 방식은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 변경되는 주요 화면만 점진적으로 마이그레이션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핵심적인 부분은 확실하게 전환하는 전략이었다.

디자인과 개발을 병렬로 진행하면서, 매일 데일리 스크럼으로 이슈를 체크했다. 정해야 할 부분이 많았는데, 킥오프 미팅에서 먼저 결정할 것들을 정하고 결과물 중심으로 논의하는 방식이 잘 맞았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도 됐는데, 핵심 요소를 정하고 하루하루 지나면서 점점 같은 방향을 보게 됐다.

이 스프린트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결의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가는 작업이라 책임감도 컸지만, 그만큼 몰입할 수 있었다. 매일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게 눈에 보였고,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회사에 온 이후로 팀으로서 가장 에너지가 넘쳤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약 3주만에 마이그레이션과 신규 스프린트 진행

 

결과적으로 약 3주 만에 마이그레이션을 완료했다. 힘들었지만 재밌었던 스프린트였다. 배포 후 이슈만 적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해냈다는 게 중요했다. AI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동시에 AI가 조금씩 몰래 바꿔놓은 부분들을 잡아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배웠다. 편리하면서도 양날의 검이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때 동시에 디자인시스템 v2 작업도 진행했다. 오랫동안 쌓여 있던 부채를 해소하는 작업이었다. 솔직히 시작 전에는 번아웃 기운이 있었다. '더 빨리 했으면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근데 막상 손을 대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열정적으로 바뀌더라. 그런 생각들이 사라지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데 집중하게 됐다. 예전이었으면 못 잡았을 디테일들을 하나씩 잡아가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동시에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였다. 효능감과 부족함을 동시에 느낀 시기였다.


다만 배포 후 휴가 시즌과 겹치면서 이슈가 꽤 터졌다. 그때는 솔직히 좀 슬펐다. 욕심이 너무 많았나 싶기도 했고, 더 꼼꼼하게 챙겼어야 했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난 버그가 참 싫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건 제품에 AI를 녹여내는 로드맵을 짜고 스프린트를 진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인플루언서 분들과 미팅하고 아이데이션을 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솔직히 이때는 조바심이 많이 났다.

외부에서 AI 관련 시도들이 쏟아지는 게 보였고, 우리 방향성도 아직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함이 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주위 팀원분들이 함께해줬기 때문이었다. 없던 서비스를 만드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지만,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조금씩 길을 찾아갔다. 코어 스프린트가 끝나고, 주말에 혼자 링크 아이데이션을 했던 적이 있다 AI 스프린트에서 비즈니스적인 임팩트를 크게 못 느낀 상황이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게 뭘까 고민해보고 스쿼드분들에게 먼저 제시하고 싶었다. 그때 느꼈던 자발성과 고양된 감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AI를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PM님이 AI 활용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셨고, 그걸 계기로 팀 내에서 점점 도입하게 됐다. 나는 개인적으로 Claude Code를 쓰고 있었는데, 이후 조직 차원에서 Max 플랜까지 구매해서 쓰게 됐다. 처음엔 Cursor도 써봤는데 잘 안 맞아서 결국 버렸다.

참고로 이렇게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특히 AX(AI Experience) 시도를 조직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게 바뀌었다. 공용 AI 스킬이나 프로젝트별 README를 어떻게 구성할지 논의하게 됐고, AI가 코드베이스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문서화하는 방식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생산성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물론 AI가 조금씩 몰래 바꿔놓은 부분들을 잡아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배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일하는 방식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 해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팀의 분위기였다. 마루 360에서 밤낮 없이 회의하면서 신규 BM을 찾기 위한 논의를 했던 적이 있다. 미리 그림을 그려보면서 되게 몰입해서 고민했는데, 동시에 이게 정말 될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시장에서 통할지도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그려봤을 때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도 계속 얼라인을 맞추다 보니 점점 빠르게 실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팀 단위로 같은 문제를 공감하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각자 의견을 내면서 서로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됐다. 다만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디자인 설정 스프린트 킥오프 때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와 이걸 여기에서 다 정할 수 있을까?' 싶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맞추지, 하고 걱정도 됐다. 근데 핵심 요소를 정하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같은 방향을 보게 됐다. 하나씩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고, 회사에 온 이후 팀으로서 가장 힘을 얻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해에 대학교에 합격했다. 인하대 소프트웨어융합공학과에 붙었다. 일하면서 대학을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직 정시 결과도 기다리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23살부터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게 된다.

그래서 22살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가장 많이 몰입했지만 가장 많이 흔들렸던 해였다. 성장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 해이기도 했다.

 

언제나 합격은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다음 23살은?

회사에서는 기술 부채를 정리하고 더 나은 개발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모든 FE 서비스를 모노레포로 마이그레이션하고, 디자인 시스템 v1을 완전히 닫는 것. 그리고 AI가 잘 활용될 수 있는 코드베이스를 만들고, 개발 협업이 쉬운 구조를 갖추는 것까지. 올해 시작한 것들을 마무리 짓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AB-Z 소개 페이지와 채용 랜딩도 만들어보고 싶은데, 팀이 성장하려면 좋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루고 싶은 게 많다. 
일단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니까 학점 3.5 이상은 유지하고 싶다. 일하면서 병행하는 거라 쉽지 않겠지만, 시작한 이상 제대로 해보고 싶다. 평일 야간이랑 주말 수업 위주로 들을 예정인데, 어떻게든 균형을 찾아보려고 한다.

깃허브에 오픈소스를 만들어서 스타 20개 이상 받아보는 것도 목표다. 지금까지는 회사 일이나 사이드 프로젝트 위주였는데,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걸 만들어보고 싶다. 작은 라이브러리든, 유틸리티든,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걸 만들어서 공유해보고 싶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수익을 만들어보는 것도 올해 목표다. 왓타 때 MAU 3만까지는 찍어봤지만 수익화까지는 못 해봤다. 이번에는 규모가 작더라도 실제로 돈이 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자를 모으고, 수익까지 연결되는 그 흐름을 직접 경험해보는 게 목표다.

그리고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으니까, 꾸준히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개발 이야기든, 일하면서 느낀 것들이든, 그냥 살면서 생각한 것들이든. 자주는 못 쓰더라도 끊기지 않게 이어가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베이스 기타든 운동이든 활동적인 거 하나는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일만 하다 보면 금방 지치고, 생각도 좁아지는 것 같아서. 뭐라도 하나 꾸준히 하면서 환기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

2026 파이팅...!!

 

마무리

19살에 자신만만하게 시작해서, 23살이 됐다

4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구조조정도 겪었고, 4명으로 줄어든 팀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팀이 다시 성장하는 것도 지켜봤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처음 바이럴을 타봤고, 대규모 마이그레이션도 해봤다. 몰입해서 달렸다가 기대만큼 결과가 안 나와서 허탈했던 적도 있었다. 번아웃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열정을 찾기도 했다.

돌아보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있다. 혼자서 다 할 수 없다는 것, 팀과 함께 만들어가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결과가 안 나와도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23살, 이제 대학도 다니고 새로운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일단 해보려고 한다. 4년 뒤에 다시 이 글을 읽었을 때, 그때도 "그래도 꽤 열심히 살았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